변두리의 미용실을 운영하면서 딸을 키우는 사람이 바로 유니스(김윤희)의 엄마이다. 딸을 잘 기르고 싶은 마음에 12세의 딸아이를 필리핀이라는 곳에 유학을 시킬만큼 그녀의 자녀에 대한 포부는 남다른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 그녀가 필리핀에  있는 딸과의 연락이 두절된 이유는 뭘까? 두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는 나에게는 무척 궁금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성공과는 다른 생각을 하는 12세의 어린아이가 유학을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딸을 잘 키워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에서 이 아이의 엄마가 선택했던 딸의 유학이었다. 넉넉지 않은 살림에 무리수가 따른다 해도 어떻게 해서라도 자신의 딸 만큼은 성공한 인생을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엄마의 지나친 배려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자신을 꿈을 이렇게 소개한다. 절대로 유명한 사람이 되지 않겠다고....... 어린 나이에 날아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향한 날개짓을 포기해야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국땅에서 어린 나이에 갑자기 엄마와 연락이 두절되고 살아갈 방편인 생활비가 끊겼다는 입장이란,  얼마나 무섭고 막막한 일일까? 한창 부모의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나이에 부모에게 버림받았다는 느낌이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참혹하다고 할 수 있다. 다행하게 법이란 테두리가 있어서 생활비가 끊겼다고 무조건 밖으로 내쳐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한다. 어린시절 읽었던 소공녀가 떠오른다. 그녀의 삶이 하루아침에 얼마나 비참한 모습으로 변했는지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사람들은 조금씩이나마 외로움을 알고 살아간다. ㅅ람마다 외로움에 대처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이 책의 주인공인 유니스는 외로움이 엄습할 때에는 두리안 나무를 찾는다고 했다. 두리안 나무가 어떤 나무인지 우리나라에서 본 기억이 없어 검색을 해 봤다. 널따란 잎파리에 큼지막한 열매는 동남아시아에서 과일의 왕이라고 불리울 만큼 가장 높이 평가되는 열매이지만 너무 고약한 냄새로 인해 많은 이야기 거리가 된다고 한다.  열매에 둘러싸인 가시가 마치 자신의 괴로운 마음을 대변해 준 이유에서일까? 이 아이는 외로움을 달래는 방법으로 두리안 나무가 좋은가 보다.

엄마를 그리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래서 유니스는 주위의 아줌마들을 좋아하고 따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자신의 인생에 대한 부피를 가늠하기에는 너무 어린데, 이 아이는 혹시라도 엄마와의 연락이 이루어지지 않을지도 모르는 미래에 살아갈 방법을 모색했다고 한다. 그것이 어떤 길이될지도 그리고 무슨 의미인지도 안다고. 주위에서 만나는 또래의 아이들과는 역력하게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내 아이들을 키우면서 가끔 이 아이들이 어떤생각을 하는지 궁금한 경우가 있었는데, 이 시기의 아이들의 생각을 엿볼수 있었던 기회가 되었고, 십대의 여자아이에게 엄마란 존재는 어떤 비중을 차지하는지도 알 수 있었다.  책의 내용중에서도 알 수 있었지만 사람은 사랑으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하는 표현이 나온다. 생활비가 엄마와의 사이를 벌어지게 한 장본인이라고 탓을 하는 아이에게 '사랑'의 필요성은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길을 가게 될지도 모르는 아이에게 십대의 시기란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시기이다. 어른이 되는 준비를 하는 시기에 뜻밖에 당한 어려움, 어쩌면 이아이의 미래가 좌우될 일이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다는 아이들의 바람을 덧붙인다. 

성공을 보장받는 길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미래가 어떻게 될지 예측을 할 수가 없다. 조기 유학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 때에 아이를 위한 참된 교육이 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기회를 제공해 준 책이다. 아이가 너무 현실에 일찍 눈을 뜬 것이 측은하게 여겨진다.